너희는 나의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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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6일 부활절 셋째주일 (사 43:8-13)

오종윤 목사 (군산 대은교회)

저의 아버님이 회갑 즈음에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위암이 식도까지 번져서 위 전체와 식도 일부분까지 떼어내는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받은 다음에 여러 번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지만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었을 때 아버님은 제게 성경 말씀 한 구절을 붓글씨로 써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 성경은 이사야 43장 1-3절이었습니다. 그 중에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2절)’. 꽤 익숙한 구절이죠.
  마침 그때 저는 이사야서 주석 작업을 하던 중이었는데 아버님이 이사야의 말씀을 선택한 것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 말씀을 택한 것일까요? 아버님이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기 직전 병실에 걸려 있는 액자에 바로 이 말씀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하나님이 아버님에게 주시는 말씀처럼 느껴졌답니다. 아버님은 이 말씀을 중얼거리면서 수술대에 올랐고 이사야의 말씀대로 기적처럼 살아나셨습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버님이 수술대에 오른 것처럼 유대 민족이 수술대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유대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생활을 하던 때! 바벨론 포로기는 말하자면 한 개인이 아니라 민족 전체가 수술대에 올라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때입니다. 모든 백성들이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포로 백성들에게 “내가 너를 구해내리라. 내가 너를 물 가운데서 건져내고, 불 가운데서 지켜주리라” 하고 선포하셨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서 전해진 이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놀랍게도 이 말씀은 그대로 실현되었습니다. 천 년 만 년 갈 것 같던 거대한 제국 바벨론이 하루아침에 장마에 흙담 무너지듯 맥없이 거꾸러지고 바사 왕국이 새로이 등장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나님은 만국 백성들을 전부 모아놓으라고 하십니다. 마치 재판정에서 심문하듯이 모든 민족이 모인 자리에서 한 번 물어보라고 하십니다. 이런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어느 누가 귀띔이라도 한 적이 있느냐고. 중동 지방을 지배하던 거인 바벨론이 망할 것이라고 어느 누가 입을 뻥긋한 적이 있느냐고. ‘그들 중에 누가 이 일을 알려주며, 이전 일들을 누가 들려 주겠느냐?(9절)<개역개정>’ 이 대목을 이환진 교수의 번역으로 읽어보면 더욱 실감이 납니다. ‘그들 가운데 그 누가 이렇게 말했던가? / 이전에 일어난 일 / 우리에게 알려 주던가?’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진짜와 가짜가 가려졌습니다. 쥐새끼가 둔갑하여 옹고집 행세를 하던 가짜 옹고집은 쫓겨나고 진짜 옹고집이 돌아와서 안방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 유명한 이방신들, 이방신을 섬기는 술사들, 예언자들, 한결같이 이런 일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으니 죄다 엉터리고 가짜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오직 이 일을 일찌감치 알려주신 여호와 하나님 한 분만이 살아계신 하나님임이 분명해졌습니다. ‘내가, 내가 야훼이다 / 나밖에 구원자 없다(11절)<이환진 역>’

하나님은 유다 백성을 ‘나의 증인’이라고 부릅니다. 전에는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요 너희는 내 백성이다’라고 선포했는데 이제는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요 너희는 내 증인이다(12절)’라고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바벨론 포로생활을 뚫고 나온 백성들은 이제 만민 앞에 하나님의 증인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바벨론 포로생활은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그 대신 깨달은 것도 많습니다. 무엇을 깨달았나요? 여호와 하나님 외에는 구원자가 없다는 사실, 이것이 가장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이 세상의 역사를 계획하시고 이끌어 가시는 분은 여호와 하나님 한 분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이사야는 바벨론 포로생활을 거치면서 ‘하나님 한 분’ 사상을 확고하게 세워놓았습니다.
  이 ‘하나님 한 분’ 사상을 온 세상에 전할 증인이 누구인가요? 바로 포로생활을 겪은 유다 백성들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의 증인, 나의 종으로 택함을 입었나니(10절)’ 수술대 위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살아난 저의 아버님은 그 말씀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바벨론이 무너진 것을 목격한 포로 백성들은 하나님은 증인으로 세워졌습니다.

교회가 수술대 위에 놓인 것처럼 영적으로 위태로운 이때,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세워졌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묻고 싶습니다. 귀를 막고 외면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고, 교회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을까요? 비웃고 욕하고 조자룡 헌 창 휘두르듯 매서운 비판을 퍼붓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성경 속에 보화가 담겨 있고, 세상을 치료하는 약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확신 있게 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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